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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네트집 19 - 윌리엄 셰익스피어
무령
2026. 8. 10. 16: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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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검스러운 시간이여, 사자의 발톱 무디게 하고
땅으로 하여금 자신의 달콤한 자식들 삼키게 하며
사나운 범의 턱에서 날카로운 이빨 뽑아 버리고
장수한 불사조 산 채로 불살라 버리라.
빠르게 지나갈 때 좋은 절기와 험한 절기 가져오라.
발 빠른 시간이여, 드넓은 세상과 거기서 사라지는
모든 달콤한 것들에 하고 싶은 짓 마음껏 행하라.
그러나 그대에게 가장 끔찍한 죄 하나를 내 금하노니
내 사랑의 아름다운 이마에 그대 시간의 자국 새기지 말고
부디 그대 낡은 철필로 거기에 줄 긋지 말라.
그대 발길에 내 사랑 때 묻지 않게 하라.
후세 사람들에게 미의 표본 되도록.
늙은 시간이여, 한껏 횡포 부려 보라. 그대의 해악에도
내 사랑 내 시 가운데 영원히 젊게 남으리.
흐르는 시간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바꿔놓고,
나를 뜨거운 화염 속 한 줌의 재로 바꾸어 놓을지라도
내가 사랑하는 그대
영원히 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지킬 수만 있다면...
나로 인해 힘들어하고, 슬퍼하여
근심가득 늙어가는 그대 모습 보며
왜 이리 안타까운지.
내 그대 강하게 끌어안고
살아 있는 동안 하루라도 더
사랑을 귓가에 속삭이고 싶지만
이제는 그대 안을 기력 조차 남아 있지 않은
이 뼈만 남은 몸뚱아리.
나는 오늘도 멍하니 허공에서
행복하기만 했던 그 시간들만
아련하게 그려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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